서울시, ‘검증기구 SH공사’ 경험 접목해 공사비 검증
시행자 요청 시, 시공사와 계약 전 공사비 적정성 자문
계약 후 공사비 증액 시 철저한 검증 통해 갈등 예방
공사비 검증 미이행 시 처벌 등 도시정비법 개정 건의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자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에 나섰다. 이로써 시공사의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공사비 증액 요구로 차질을 빚었던 이른바 ‘깜깜이 공사비 증액’이 차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일 서울시는, 정비사업 중 과도한 공사비 책정, 공사비 증액 등으로 인한 조합-시공자 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사업시행자가 요청할 경우, 시공자와 계약 체결 이전 적정 공사원가가 산정될 수 있도록 사전 자문하고 시공자와 계약 체결 이후 공사비가 증액되는 경우에는 내실 있게 검증,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갈등 소지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공사원가에 대한 사전 자문과 공사비 검증 업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맡는다. 시는 도시정비법 제114조에 따른 정비사업 지원기구인 SH공사가 그간의 택지개발, 주택건설, 정비사업 운용 등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갖췄다며 공사비 검증 업무를 대행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한국부동산원’이 주로 공사비 검증 업무를 대행하고 있어 공사비 검증기관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았던 실정이다.
시는 공사비 검증 이후에도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공사비 갈등 중재 자문기구’를 구성해 운영하고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파견’도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공사비 갈등 중재 자문기구’는 시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공사비 검증결과에 대한 조합-시공자 의견 청취, 공사비 산정 적정성 등에 대한 자문을 거쳐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더불어 지난 둔촌주공아파트 공사중단 재개에도 큰 역할을 했던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갈등 발생 초기에 파견함으로써 장기적인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사실 그간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선정된 시공자가 설계변경 등의 이유로 상당한 금액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에 반해 조합은 전문성과 정보 부족 등으로 공사비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조합과 시공자 간 갈등이 있어왔다. 때문에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하고자 지난 2019년 도시정비법을 개정, ‘공사비 검증제도’를 도입해 전문성을 갖춘 지원기구가 공사비를 검증토록 했다.
도시정비법 제29조의2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을 요청하면 공사비의 증액 비율이 일정 수치 이상인 경우 등에 한 해 조합이 공사비 검증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공자가 공사비 검증에 필요한 공사비 증액 세부 내역 등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조합이 검증을 요청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문제는 공사비 검증 요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처벌 규정이 없는 등 관련 법령의 한계점으로 인해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자 간 갈등은 계속돼왔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6월 ‘공사비 검증절차 명확화’, ‘공사비 검증 미이행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 등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건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이 깜깜이 공사비 증액을 막기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지난 1월 13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공자는 공사비 세부 내역 등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받은 경우 일정 기한 내에 반드시 제출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조합은 공사비 검증 결과를 조합 총회에 공개해야 하며, 공사비를 증액할 경우 이를 총회 의결사항으로 의무화해 공사비 검증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했다. 이 법안은 현재 소관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공사비 검증제도 강화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투명성이 더욱 높아지고 공사비로 인한 갈등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며 “서울 시내에 양질의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정비사업 관련 제도 및 절차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사비 검증제도’를 통해 ‘깜깜이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갈등이 차단될 것으로 기대돼 보다 투명하고 원활한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편집부-